치솟는 물가…연말 선물 준비 서둘러야 할 듯 이슈 분석 : 요즘 물가 왜 이렇게 오르나
요즘 뭐든 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 마켓을 가도, 식당을 가도 너무 가파르게 오른 가격들 때문에 놀라기 일쑤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라고 막연히 짐작은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원인은 ‘공급망 병목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공급망 병목현상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LA와 롱비치 항구다. 수십 억 달러어치 수입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수십 척씩 떠 있어도 며칠 때 짐을 내리지 못하고 24시간 인력을 투입해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컨테이너와 ‘아마겟돈(armageddon·대혼란)’의 합성어 ‘컨테이너겟돈(Containergeddon)’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지, 또 우리 경제에 어떤 타격이 있는지 짚어 본다. ▶LA항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지난주만 해도 60여 척의 배가 떠있었다. 이게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알아보자. 통상 컨테이너선의 적재량은 TEU로 표시한다. 1TEU는 20피트 크기 표준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뜻한다. 경제 전문 사이트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1TEU는 식기세척기 62~63개 실을 수 있는 크기로 떠 있는 배 1척에 적재할 수 있는 식기세척기는 무려 14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매년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체 식기세척기의 1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왜 배가 항구에 못 들어오는가= 한꺼번에 많은 배가 몰린 탓이다. 매년 9~10월은 수입량이 급증하는 시기다. 11월 26일 블랙 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입 물건이 많아지면 항구의 하역 속도도 빨라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미국 내 유통업체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제조된 상품을 수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80일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유가 뭔가= 먼저 코로나19로 검역이 강화돼 통관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통관 승인이 나도 짐을 배에서 내려야 하는데 일손이 없다. 현재 LA와 롱비치 항구인력은 코로나19이전에 비해 30%가 줄었다. 용케 짐을 내려도 또 문제가 있다. 운반할 트럭과 트럭 운전사가 없다는 것이다. 미네소타트럭협회에 따르면 현재 당장 전국에 대형트럭 운전사 6만 명이 필요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통관-하역-운반 모든 과정에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니 컨테이너겟돈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왜 예측하지 못했나=펜데믹만이 원인이 아니라 공급망 몰락은 수십 년간 쌓여온 문제들이 팬데믹을 만나 터졌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분석이다. ▶무슨 말인지= 세계 무역량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는데 그중 70%를 컨테이너선이 담당한다. 미국만 따져 봐도 수입량이 폭증했다. 예로 1985년 1월 중국에서 수입한 물량은 2억9300만 달러어치였지만 올해 8월엔 그 양이 430억달러로36년만에 무려 146배가 늘었다. 폭증하는 물량 주문을 맞추기 위해 제조사들은 ‘적시 생산방식(just-in-time)’에 의존한다.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일정에 맞춰 필요한 제품의 양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덕분에 회사들은 적재, 창고 보관 등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윤을 낼 수 있었다. 또 소비자들은 클릭 한번으로 며칠 안에 해외에서 생산된 물건을 문 앞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효율적인 시스템 같은데?= 그렇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생산과 유통, 운반 등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딱 맞아 떨어질 때여야만 효율적이다.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마치 도미노처럼 전체가 쓰러지게 되어 있다. 최적화된 시스템의 다른 단면은 물품, 인력의 여유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예로 공급망의 한 축이기도 한 열차 업계에선 2017년부터 현재까지 22%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팬데믹이 터지면서 공급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소비가 줄었을 텐데 공급망에 영향이 있나= 팬데믹 초기까지만 해도 재택 근무 형태가 이렇게나 길게 이어질 지 예상하지 못했다. 당장 급한 생필품만 사들였을 뿐 소비는 줄였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계속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코로나 지원금, 실업수당 등을 쓰기 시작했다. 가전제품, 가구, 자동차 등등 모든 제품의 주문이 폭증했다는 말이다. 예년 같으면 극장이나 야구장, 여행지에 풀려야 할 돈들조차 내구 소비재를 구입하는데 쓰게 된 거다. 여기서서 경제 원칙이 등장한다. 수요가 올라가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무슨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나= 물량 주문이 몰리고 공급망 내 인력이 부족해지자 각종 비용이 폭증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컨테이너 1개당 평균 운송비가 팬데믹 이전엔 2500달러 선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기준으로 무려 10배가 폭증한 2만586달러로 조사됐다. 미국 바다에 도착 이후에도 운반비는 또 늘어났다. 큰 항구에 적체현상이 심해 배를 댈 수 없게 되자 유통업체이 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박들의 대여에 나섰기 때문이다. 1000개 안팎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작은 선박을 빌려 현재 병목현상이 발생한 대형 항만이 아닌 주변의 소규모 항만에서 통관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배들을 빌리는 비용은 팬데믹 이전 하루 1만달러 선이었는데 지금은 8배가 폭증했다고 한다. ▶그게 다 인가= 또 있다. 미국의 구인난 역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해고된 노동자들은 지금 ‘귀하신 몸’이 됐다. 시간당 임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회사들이 넘쳐난다. 서비스 업계의 늘어나는 인건비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서부 항만의 ‘컨테이너겟돈’은 어쩌면 연말 시즌 재앙의 시작일 수도 있다. 경제 전문 사이트 야후파이낸스는 “달팽이같이 느린 공급망은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는 빠를수록 좋을 듯 싶다. 정구현 기자 정구현 기자